십계명의 산…삶에서 가장 경건한 새벽과 마주하다 [나홀로 세계여행]
한지우
2025-12-16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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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이집트 시나이반도에 있는 시나셀퍼럴이산Mount Sinai(아랍어로는 자발 무사Jabal Musa)는 종교적, 역사적, 자연적 의미가 모두 깊은 장소다. 특히 성경 속 모세 이야기와 관련해 전 세계 순례자들이 찾는 성지로 알려져 있다. 모세는 이곳에서 40일간 금식하며 기도했고, 그 끝에 신으로부터 돌판 두 개에 새겨진 십계명을 받았다고 한다. 유대교에서는 '율법의 산', 기독교에서는 '언약의 산', 이슬람에서는 '모세가 신의 목소리를 들은 산'으로 불린다. 지금도 세계 각지의 순례자들이 새벽 어둠 속을 걸어올라, 정상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각자의 신에게 기도를 올린다. 시나이사막의 황량한 바위산들 가운데 우뚝 솟은 이 산은 붉은 바위와 짙은 그림자가 겹쳐지며 낮에는 웅장하고, 밤에는 신비롭다.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정상부의 황량함이 오히려 초월적인 느낌을 준다.
끝없이 이어진 시나이산맥 위로 새벽빛이 번져갔다.
끝없이 이어진 시나이산맥 위로 새벽빛이 번져갔다.
새벽을 향한 순례
오랜만의 무박산행이었다. 다합Dahab에서 오후 10시에 픽업되어 12시 30분, 밤의 시나이산 앞에 섰다. 대부분의 순례자들이 이 시간에 출발한다. 정상에서 일출을 맞이하기 위해서다. 3시간 남짓 걸리는 길에는 두 가지 루트가 있다. 하나는 '낙타의 길'이라 불리는 완만한 코스로, 수도원에서 정상 바로 아래까지 이어진다. 다른 하나는 '회개의 계단'이라 불리는 3,750개 돌계단으로, 초대 수도사들이 손으로 깎아 만든 길이다. 투어를 통해 오는 대부분의 트레킹은 낙타의 길을 따라가다 정상 직전에 회개의 계단으로 합류한다.
일출을 맞이하고 사람들은 각자의 마음을 안고 천천히 내려갔다.
일출을 맞이하고 사람들은 각자의 마음을 안고 천천히 내려갔다.
달빛이 휘영청 밝아 랜턴이 필요 없을 정도였다. 성 카타리나수도원St. Catherine's Monastery이 어둠 속에서 고요히 서 있었다. 체크포인트를 통과하며 배낭 검사를 받고, 차가운 공기를 한 모금 들이켰다.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이곳이 그저 산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트레킹이 시작되자 사방에서 "카멜, 카멜!" 하는 외침이 들렸다. 걷기 힘든 이들에게는 낙타가 유용했지만, 계속된 호객이 새벽의 고요를 깰 때면 조금 불편했다.
올라가는 길엔 가게가 많았다. 모래와 바위뿐인 산중에 이렇게 불빛이 이어지는 것이 신기했다. 사람들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멀리서 들려오는 발소리와 숨소리가 묘한 연대감을 주었다. 20여 분 걷고 잠시 쉬기를 반복했다. 생각보다 날씨는 차가웠고, 가게 안의 불빛과 따뜻한 공기가 그저 고마웠다. 개별 행동이 허락되지 않아 다소 답셀퍼럴답했지만, 함께 걷는 이들의 숨결이 묘하게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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