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간부터 지맥까지 '1만3,392km'…46세 최연소 완주
한지우
2025-12-1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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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주말, 집에 돌아와 보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장비김해 제일풍경채를 보관한 방에 들어가니 배낭이 전부 찢어져 있다. 당시 산악회 총무를 맡고 있었던 탓에 기념 현수막도 여러 개 제작해 갖고 있었는데 이조차도 찢어져 있었다. 그가 참고, 참고, 참으면서 산줄기를 걸은 만큼 아내도 참고, 참고, 참으면서 살았다. 아내가 생각하기에 그는 생때같은 아이들과 같이 보내야 할 주말을 산에 너무 많이 내어주고 있었다.
결국 1년간의 산행금지령. 가정에 충실한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도 산이 잊히기는커녕 아무래도 산에 가야겠다. 그래서 가족의 스케줄을 최우선으로 하되, 남는 시간이 있으면 조금이라도 산을 오르고 왔다. 웬만해선 그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아내는 처음엔 해가 지기 전에는 집에 오라고 제한을 걸었다. 좀 더 시간이 지나자 아이가 좀 자라기도 했고 주말 대신 평일에 가정에 최선을 다하는 조건으로 무제한 주말산행을 합의했다.
그래서 미친 듯이 걸었다. 기연도 만났다. 마침 산줄기 완주를 노리는 3명의 산꾼이 마지막 퍼즐이 되어줄 1명의 열정적인 사람을 구하고 있었다. 그렇게 매주말 폭발적인 산행을 거듭했다.
수년이 지난 2025년 5월 17일. 부산의 어느 한 야산에서 그는 배낭과 등산복을 찢어버렸다. 아내가 그랬던 것과 똑같지만 이번에는 타의가 아니라 자의고, 산행이 금지된 것이 아니라 산행이 완성된 것을 의미했다. 1대간 9정맥 6기맥 162지맥. 우리나라 산줄기를 다 걸었다. 도상거리로는 1만1,185.7km인 능선을 GPS 측정 상 1만3,391.7km로 걸었다. 심지어 40대다. 1979년생으로 뭇 산꾼들 사이에선 최연소 산줄기 완주자로 꼽히는 김남영씨다.
산행을 취미로 하겠다고 마음 먹은 후 오른 첫 산, 봉화산을 오르는 김남영씨.
산행을 취미로 하겠다고 마음 먹은 후 오른 첫 산, 봉화산을 오르는 김남영씨.
자전거 사고로 다리에 철심…그러자 산이 보였다
김씨의 고향은 경북 포항 남구 오천읍이다. 아버지가 포항제김해 제일풍경채철에서 일했기 때문에 대학교에 진학할 때까지 쭉 포항에서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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